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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문해력 = 공부 잘 하는 힘

by baewoonam 2023. 11. 8.

문해력 = 공부 잘 하는 힘

문해력은 정보 처리 능력!

문해력이 높다는 건 컴퓨터에 비유하면 우선 '사용환경에 비해 컴퓨터의 사양이 높은 것'과 비슷합니다. CPU가 좋아 정보처리의 속도가 빠르고 정확하다는 뜻입니다. 정보의 양이 많지 않은 경우에는 이 사양의 차이가 별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이 열심히 공부하면 더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흔히 학원을 ‘뺑뺑이’ 돌며 주워들은 지식만으로도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 시절이 그런 시기에 해당하겠지요. 간혹 언어 능력이 높은 친구는 적은 노력으로 전과목에서 고른 성적을 받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세밀한 부분에서는 실수가 많기 때문에 학원에서 강사 선생님들의 통제 하에  반복학습을 통해 철저히 암기한 친구들에 비해서는 더 높은 성적을 받기 힘듭니다.

문해력은 정보 저장 능력!

그러나 문해력을 갖춘 학생의 경우, 고1~2때 큰 폭의 성적 변화가 일어납니다. 중학교 때에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날개를 단 듯 성적이 치솟는 학생은 대부분 문해력이 갖춰진 학생들입니다. 다른 학생들에 비해 공부를 쉽게 느낍니다. 짧은 시간 동안 공부해도 비교적 높은 성적이 나오지요. 반면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학생은 주로 암기위주로 공부한 학생, 강의를 듣는 방식으로 공부한 학생입니다. 고등학교의 학업은 양이 많아서 이제 외워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반면 사용되는 개념어의 수준은 급격하게 높아지기 때문에 일정한 어휘력이나 사고력이 없으면 아무리 훌륭한 선생님의 강의를 듣는다고 해도 이해하기 어렵게 됩니다. 문해력을 갖춘 학생은 어느 틈에 머릿속에 방대한 수준의 어휘 사전을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도 단순한 뜻 정도가 아니라 여러 가지 예문들까지 저장되어 있는 셈이지요. 한마디로 높은 수준의 정보 저장 능력도 갖추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 무렵부터 학생들 사이에서는 공부도 ‘재능’이라는 말이 돌기 시작합니다. 어떤 학생은 너무 쉽게 성적을 올리고 어떤 학생은 아무리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창의력은 문해력을 갖춘 후에 얻을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런데 이게 과연 ‘재능’이나 ‘아이큐’의 차이일까요? 아닙니다. 단지 문해력의 차이일 뿐입니다. 그렇습니다. 읽기 능력, 즉 '문해력'의 차이가 고등학교 공부를 결정짓는 것입니다. 수능이 무엇인지만 따져봐도 이 '문해력'의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창의력이 막연하게 대화형 수업에서 나온다고 보는 낙관론자들은, 자칫 우리 학생들을 저학력 상태로 만들기 쉽습니다. 머릿속에 아무런 인풋이 없는 상태에서는 정보와 정보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창의적 사고가 일어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창의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이들을 자유롭게 풀어주어 마음껏 생각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가지 지식과 정보를 책을 통해 읽게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창의적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기본적인 지식을 얻게 되는 것은 물론 책을 읽으면서 두뇌가 운동을 하기 때문이지요.(이 부분은 차근 차근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평가원이 수능 국어 시험을 유지하려 하는 이유

평가원에서는 이와 같은 글읽기 능력, 즉 문해력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수능 국어 문제들이 출제되는 것을 보면 평가원이 거의 사명감을 가지고 수능 국어 문항의 출제를 기획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글읽기 능력이 어느 정도 훈련되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문항들로 가득하거든요. 사실 작금의 한국 교육에서 문해력을 유지시킬 수 있는 유일한 제도적 장치가 수능 국어 시험이 아닌가 사료됩니다. 대학 입시에서 수능 중심의 정시의 대안으로 주목 받은 학종이나 교과 전형에서 중시되는 내신 시험을 보면, 아무리 좋게 보더라도 30여 년 전의 학력고사 시절 시험문제보다 좋다고 판단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오로지 변별을 위한 시험일 뿐입니다. 그것이 미래 사회를 위한 창조적 사고를 측정하는 시험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사정이 이러하기 때문에 평가원에서는 수능 국어 시험을 어떻게든 존속시켜 국민들의 문해력을 끌어올려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되는 수준까지 이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최근 킬러문항 논란으로 인해 뭇매를 맞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수능 국어 시험 전체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소 무리한 부분이 있다면 고쳐나가면 됩니다. 하지만 점점 더 어려운 글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서 활용할 수 있어야 하지요. 그렇기에 수능 국어 시험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학생들은 그 시험을 준비하면서 문해력 훈련을 하게 되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