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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수능이 끝나도 '수능적 문해력'은 계속 필요하다

by baewoonam 2023. 12. 12.

모든 시험이 수능처럼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문해력은 수능이 끝나도 끊임없이 요구됩니다. 대입 과정이 끝나면 이제 책하고 담을 쌓고, 문해력 같은 것은 잊어버려야지 하고 마음 먹는 수험생들도 있을 텐데요. 착각입니다. 우선 현재 국내 여러 대기업들은 입사 시험을 수능과 유사한 인지 적성 검사의 형태로 바꾸었고 지금도 바꾸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시험이 삼성의 gsat 시험이지요. 취준생들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입니다. LG는 L-TAP, CJ는 CJCAT, SK는 SKCT가 있지요. 뿐만 아니라 지금 공무원이 되려는 취준생들도 문해력 공부를 해야 합니다. 5급 공무원 시험에서 문해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인 psat가 치러지고 있었는데, 2021년부터는 7급 공무원 시험에도 sat가 도입되었거든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현재 130개 공기업이 수능이랑 유사한 인지 적성 검사인 ncs 직업기초능력 평가로 채용 시험을 대체했습니다. 앞으로 거의 모든 공기업이 이와 같이 변할 겁니다. 

 

아직 9급 공무원 시험은 예전과 비슷한 형태로 치러지고 있는데 이 역시도 곧 얼마 안 있어서 인지 적성 검사 형태로 바뀔 것입니다. 문해력이 필요한 시험으로 바뀔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것 뿐만 아니고 또 현재 치러지고 있는 법학대학원의 입학 1차 시험인 leet도 수능과 유사한 인지적성 검사 시험입니다. 이 시험을 통과해야만 본격적인 법과 관련된 2차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됩니다. 이 모든 시험들이 결국은 문해력을 평가하는 시험들이죠. 

 

선진국들부터 시작된 교육 혁명

 

이렇게 시험들이 다 문해력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바뀐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정부 차원부터 이야기해 볼까요?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젊은 청년들이 온갖 시험 준비를 하느라고 젊음을, 에너지를 낭비하는 문제입니다. 사법 시험 대신 로스쿨 제도를 만들고 변호사 시험을 볼 때에도 응시할 수 있는 시험의 횟수를 정해 놓은 이유가 젊은이들이 사법 시험을 준비하느라 인생 전체를 바치고 고시 낭인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지요. 정부 입장에서는 젊은이들이 여러 시험들을 중복해서 준비하는 것도 낭비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요. 가령 대입에서는 문해력을 묻는 역량 시험인 수능을 보다가 공무원 시험에서는 다시 학력고사 식의 지식을 묻는 시험을 본다고 하면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시험을 준비하느라 날 새겠지요. 

 

하지만 수능과 리트, PSAT, NCS 등의 시험들을 비슷한 방식으로 계열화시켜 조정하면 어떻게 될까요? 중복해서 준비해야 하는 낭비가 사라질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국가 차원에서 문해력 중심의 인지 적성 시험으로 전체 시험을 정비해가고 있는 것입니다. 수능과 같은 시험 유형을 대입 이후에 진학 그러니까 예를 들면은 리트 같은 법학 대학원에 진학과 같은 시험이나 또 취업에 필요한 시험들에 적용하면 진학을 원하는 사람이나 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이 수능부터 착착 연계된 형태의 시험을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이런 방향성은 다시 뒤집힐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세계적인 경향이기 때문이지요. 대한민국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유럽 호주 싱가포르 미국 등에서도 이런 형태의 시험이 중시되고 있고 그런 교육 혁명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한국은 좀 늦은 편이고, 유럽 호주 싱가포르 미국 등을 벤치마킹하며 따라가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7급 지방직 공무원 시험과 9급 공무원 시험도 조만간 psat나 ncs 형태로 변경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입니다. 



문해력은 급변하는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역량

 

왜 세계의 많은 선진국들이 지식을 묻는 시험에서 역량을 묻는 시험으로 옮겼고 옮겨가고 있는 것일까요? 조금만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합니다. 오래된 농담 중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똑똑한 지식인은 네이버 지식인이다.’는 것이 있지요. 지금부터 한 3-40년 전에는 네이버 지식인이 없었습니다. 스마트폰도 없었고요. 그렇기 때문에 머릿속에 최대한 많은 지식을 넣어둔 사람이 인정받았습니다. 빠르게 지식을 꺼내 쓸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손안의 제 2의 뇌’인 스마트폰을 통해 얼마든지 지식은 검색할 수 있지요. 그보다 중요한 것은 눈 감았다 뜨면 새로운 기술과 제품과 서비스와 지식이 툭툭 튀어나올 때 그걸 빠르게 ‘읽고 이해하고 적용하는’ 그런 능력이 훨씬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시험도 그런 역량을 측정하는 쪽으로 바뀔 수밖에 없지요. 

 

따라서 수능 국어를 잘 치르기 위한 문해력은 대학에만 들어가면 쓸데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크나큰 오해입니다. 학력고사 시절에는 다분히 그런 면이 있었습니다.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지금은 쓰지도 않는 중세국어가 잔뜩 나열되어 있는 고전시가를 해석할 수 있어야 했거든요. 그런 지식은 대학 입학과 동시에 머릿속에서 삭제해도 무방합니다. 

 

그러나 문해력은 다릅니다. 문해력은 급박하게 변화하고 있는 현실을 헤쳐나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역량이기 때문입니다. 빠르게 읽고, 그것을 확실히 이해하고, 이해한 것을 새로운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문해력이 근간을 이루고 있어야 합니다. ‘수능적 문해력’은 수능이 끝나도 끊임없이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