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열풍입니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주식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세상의 돈이 인공지능 관련 분야로 모입니다. 그 끝이 2000년대 초반의 닷컴 버블처럼 무너져 내릴 지, 아니면 지금은 ‘인공지능의 흑백TV 시대’라는 샘 올트먼의 말처럼 더 비약적으로 발전해 나갈 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냥 두 시대를 다 살았던 제 인상으로는 2000년대 초반처럼 허무하게 무너져 내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때는 정말 실험용 생쥐를 번식시켜 파는 회사조차 .com을 붙이면 주가가 날라가던 시절이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매출이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허무한 회사에 돈이 몰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제가 챗GPT를 사용해보고 느낀 점은, 이 엄청난 능력을 활용하면 정말 생산성이 엄청 높아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아이러니컬 하게도 챗GPT가 가장 먼저 일자리에 타격을 준 분야는 개발자 영역이었습니다. 과거에 주니어 개발자들이 할 일들을 챗GPT가 대체하면서 빅테크 기업의 대규모 감원이 가능해 졌으니까요.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이제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자리를 대체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 자신도 이런 시대에 적응해 나가는 것이 어렵지만, 자식들에게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 지 막막합니다. 부모도 확신할 수 없으니 지금 가장 인기있는 의대, 치대, 수의대 등에 자녀를 입학시키려고 하는 것이겠지요. 많은 사람들이 가는 곳이니 거기가 가장 전망이 있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랄까요. 하지만 아무도 장담하지는 못합니다. 실제로 의사의 진단보다 더 정확한 암진단 결과를 내놓는 인공지능이 있으니까요. 정부의 제도적인 보호가 없다면 의사 역시 인공지능의 ‘습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직업이겠지요.
제 깜냥으로는 인공지능이 지금보다 훨씬 발달하게 되었을 때, 어떤 직업이 살아남고 어떤 직업은 사멸할 지 전혀 예측할 수 없습니다. 다만 챗GPT를 사용해보면서 인공지능을 잘 다루어 자신의 생산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사람은 인공지능의 발달과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개발업계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따르면 개발회사에서도 이제는 시니어 프로그래머에 주니어 프로그래머를 몇 명 배치해주는 방식에서 챗GPT&시니어 프로그래머 식으로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고 합니다. 챗GPT가 주니어 프로그래머 몇 명치 일을 해 줄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인공지능을 잘 다루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이 있어야 할까요? 저는 지금은 인공지능이 신기함을 체험하는 단계에서 생산성을 올리는 도구로 사용되는 단계로 옮겨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신기함을 체험하는 단계에서는 인공지능이 이런 신기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단계입니다. 이것저것 해보는 거죠. 챗GPT를 가지고 그림도 그려보고 간단한 음악도 만들어보고 기획서도 써보고 메일도 보내봅니다. 놀랍습니다. 신기합니다.
하지만 막상 자신의 직업과 연결시켜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는 막연합니다. 아직 인공지능을 통해 생산성을 올리는 단계는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챗GPT가 아주 짧은 주기로 버젼업되면서, 또한 챗GPT와 유사한 제미나이나 클로드가 함께 발전하면서 점점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올리는 단계로 들어서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게 쉽지는 않습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사용한 기계들은 인풋 대비 아웃풋이 매우 명확했습니다. 우리가 의도한 대로 도구나 기계들이 작동했지요. 소프트웨어 역시도 복잡한 코딩을 필요로 하긴 하지만 인간이 순차적으로 의도한 명령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도구입니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다릅니다. 내부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몰라요. 머릿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천재를 앞에 둔 심정이랄까요. 정말 놀라운 결과물들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한데, 인공지능이 ‘나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진정한 블랙박스인 것이지요.
그래서 주변을 둘러보면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을 오래 유지하지 못하더군요.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LLM(챗GPT와 같은 대량 언어 모델)을 써본 사람은 많지만 지속적으로 사용한다는 사람은 그 수가 확 줄어드는 형편입니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거든요. 의도가 없이 체험하려 할 때는 엄청난 결과물을 주는 듯 보였지만,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려고 하면 실망스러운 결과물이 나옵니다. 어쩌다 잘 나온다 해도 그걸 반복적으로 구현해 내기는 더 어렵습니다.
인공지능은 질문을 기반으로 하는 명령을 내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명령을 내리는 도구나 기계를 사용했습니다. 작동법이나 사용법만 알면 부려 먹을 수 있었습니다. 아는 것이 힘이었지요. 인공지능은 그런 작동법이나 사용법이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어떤 명령을 내려야 할지 스스로 공부해야 합니다. 인공지능에게 끊임없이 물어가며 가장 최적의 명령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지요.
인공지능을 잘 사용하려면 질문력이 있어야 한다. 이게 제 결론입니다. 인공지능에게 간단한 답이라도 제대로 들으려면 질문을 잘 해야 합니다. 질문이 잘못되면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도 줄 수가 없습니다. 뇌과학자 장동선 교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인공지능에게 ‘우리가 자신의 뇌를 10% 이상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라고 물으면 인공지능은 언제나 우리에게 잘못된 대답만 해 준다는 것입니다. 질문에 오류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인간은 자신의 뇌의 10%만을 사용하다 죽는다,는 것은 인간의 뇌에 대한 뿌리깊은 착각이거든요.
질문을 잘하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요? 일단은 질문 역시도 일정한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아무런 지식이 머릿속에 없는 사람은 인공지능에게 구체적으로 일을 시키기도 어렵고 인공지능이 토해낸 답변이 쓸만한 것인지도 판단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인공지능 시대에도 지식의 학습, 더 나아가 우리나라에서는 죄악시 되고 있는 암기형 학습까지도 필요합니다.
또 한가지 능력은 ‘사고력’이지요. 질문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하고 논리적으로 사고를 전개할 수 있어야 인공지능에게 그와 같은 명령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아직 인공지능은 내가 콩떡같이 말해도 팥떡같이 알아듣는 녀석이 아닙니다. 인공지능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그에 맞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고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서 진짜 결론. 인공지능을 잘 다루고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리고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 지 모르겠다면 책을 읽고 책을 읽히는 게 어떨까요? 일정한 지식을 확보하고 사고력을 바탕으로 질문할 줄 아는 능력을 키우는 학습으로 책 읽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머릿속에 많은 지식을 넣어봐야 인공지능보다 못하다는 생각에 학습하지 않으면, 책을 읽지 않으면 정말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질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을 부릴 수도 없게 되니까요. 인공지능과 마주하여 그것을 이기려고 공부하는 미련한 짓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공부를 하자는 것이지요.
책 많이 읽고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그게 경쟁력인 시대가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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