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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국어

25학년도 수능 국어에서는 인문 지문을 가장 마지막에 푸는 것이 어떨까?

by baewoonam 2024. 9. 13.

평가원에서 수능을 매년 출제할 때, 난도를 조절하는 것은 퍽 힘든 일입니다. 너무 쉬워도 변별이 안되고 너무 어려워도 변별이 안됩니다. 수능 국어 영역만 봤을 때, 1등급 컷이 90~92점 정도가 나오면 딱 좋겠지만, 그걸 맞추는 건 너무도 어렵습니다. 매년 고3이 되는 학생들이 전년도 고3과 동일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적정 난이도를 맞추는 것이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매년 고3의 실력이 다 다르지요. 게다가 재수생이 얼마나 유입되느냐에 따라서도 등급컷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25학년도 6모에서는 평가원이 의대 충원에 따른 재수생 증가를 고려해서 조금 어렵게 출제를 해 본 것 같습니다. 자칫 쉽게 내면 의대에 지원하려는 재수생들로 인해 너무 등급컷이 올라갈테니 조금 난도를 높여보려 했는데 지난 수능과 비슷한 수준의 난도가 되어 버린 것 아닌가, 이렇게 짐작이 됩니다. 

 

9모는 얼마나 쉽게 낼 수 있는지의 한계를 테스트해보려 한 것 같다는 인상을 줄 만큼 쉬웠습니다. 1등급 컷이 화작 98, 언어 96입니다. 22학년도 9모 다음으로 역대급으로 쉬웠던 모의고사였습니다. 이제 학생들도 다 압니다. 9모가 이렇게 쉬우면 수능은 불이다, 이건 거의 상식에 가깝지요. 실제로 22학년도 9모가 역대급 물로 출제되고 난 뒤, 그해 수능은 역대급 불수능이었습니다. 게다가 올해는 의대 충원에 따른 재수생 증가로 인해 수능이 조금만 쉬워도 상위권 변별에 애를 먹을 것이 뻔합니다. 따라서 조금 더 난도를 올린다고 가정해보면 지금까지 수능 중에서 가장 어려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사실 난이도를 조절하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출제위원들 사이에서 난이도는 며느리도 모른다고들 한다지요. 해마다 학생들의 실력이 균일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전 데이터를 100퍼센트 활용하기도 힘듭니다. 그럼에도 평가원은 오랜 수능의 경험을 통해 나름의 난이도를 조절해 오고 있지요. 

 

독서의 세 지문 난도를 살펴보면 평가원이 가지고 있는 기조가 눈에 들어옵니다. 일단 사회와 과학 지문의 난이도는 이번 9모를 제외하고 지난 24학년도 9모, 수능, 25학년도 6모 이 세시험을 보면 일관됩니다. 쉽습니다. 반면 인문 지문의 난이도는 23학년도 수능까지는 세 지문 중 가장 낮은 편에 속했지만 세 시험에서는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이전에 비해 난도가 2배로 뛰었다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24학년도 킬러 문항과 관련해서 온 나라가 들썩거렸을 때, 가장 문제가 되었던 분야가 사회와 과학 지문이었습니다. 고등학생이 배우지 않은 부분에서 문제가 나오고 추론도 과하다는 것이었지요. 이른바 킬러문항은 주로 사회와 과학에서 나왔습니다. 그걸 24학년도 9모부터 도려냈습니다. 킬러문항, 즉 오답률이 70% 이상이 되는 문항은 이제 수능 국어 시험에서 사라졌습니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변별이 문제가 됩니다. 쉬운 물수능으로는 입시의 도구가 될 수 없지요. 그래서 평가원에서는 인문 지문의 난도와 문학 및 선택과목의 난도를 올렸습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23학년도 수능까지는 수능 국어의 난도는 독서가 거의 원탑으로 끌고가는 모양새였습니다. 하지만 24학년도부터는 독서, 문학, 언매(화작)이 거의 비슷한 난도를 유지하도록 기조를 잡고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 독서의 난도는 인문이 책임지는 형국입니다. 

 

지난 25학년도 6모의 인문 세트를 풀어본 학생들은 기억할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유명한 학원 강사분들도 1-2분을 제외하고는 명쾌하게 해설을 해내지 못했습니다. 킬러문항은 없었지만 해당 세트의 문항 거의 전부가 높은 난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식의 인문 지문이 이번 수능에서 출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이런 것을 알고 수능 국어 시험을 본다고 해서 점수가 더 잘나온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수험생들이 이것은 기억해야 합니다. 시험이 잘 안풀린다면 그건 나만 어려운 게 아니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아마도 모든 수험생의 멘탈을 흔들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울러 만약 인문 지문에 논리학이 제재로 사용되었다면 시험 맨 마지막에 푸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말 하면 좀 그렇지만 푸는 것과 찍는 것의 차이가 별로 안 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